2008년7월18일

형상刑賞은 천하의 형상이다

  어느 때 조보趙普는 어떤 인물을 어느 관직에 추천하였는데 태조太祖의 승낙을 받지 못하였다. 다음 날 그는 거듭 상주上奏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태조는 크게 화를 내며 상주문을 조각조각 찢어서 마룻바닥에 팽개쳤다.
그러나 조보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천천히 상주문을 주워 모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간 다음 그것을 다음 날 또 다시 제출했다. 고집이 센 태조도 하는 수 없이 이 인사人事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후일 추천을 받았던 인물은 조보가 예측했던 대로 직책을 훌륭하게 해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태조(太祖) 때 군신 중 공적이 있는 사람이 있어서 조보趙普는 그 사람의 승진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전부터 태조는 그 사나이를 미워했으므로 허가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보는 다시 승진시켜 주기를 상주하였다.
“만약 짐이 끝까지 거절하면 어쩔 것이오?”
불쾌하다는 듯 태조가 말하므로 조보도 지지 않고 말했다.
“폐하, 형刑에 의해 악惡을 처벌하고 상賞에 의해 공功을 찬양하는 것은 고금古今의 상도常道이니이다. 원래 형상刑賞은 천하의 형상이지 폐하 한 분의 형상은 아니옵니다. 개인적 감정으로 하셔서는 아니 되나이다.”
태조는 크게 노하여 벌떡 일어섰다. 조보는 물러서지 않고 태조의 뒤를 따라가더니 태조가 내전 깊이 들어갔건만 궁문(宮門)에 기대서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고집을 부리던 태조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상주를 제가하였다.

정현우鄭鉉祐 편저, 『송명신언행록宋名臣言行錄』(명문당) 중에서

  위의 예화는 신하로서 임금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옛날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쥐고 있던 군주에게 조보趙普와 같은 신하는 목숨을 걸고 직언直言을 했던 것이지요.
  조선 왕조 500년간에도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하다가 귀양을 갔던 선비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이러한 충간忠諫이 조선 왕조를 500년 동안이나 이끌고 내려온 힘이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진들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송나라 명신 조보의 지혜를 오늘날 국정을 보좌하는 분들도 적극 활용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배원룡裵源龍(본회 상임 연구위원)

 편집자주編輯者註 : 조보趙普 : 송나라 건국의 일등공신. 태조 조광윤趙匡胤이 후주後周 왕조의 귀덕歸德 절도사였을 당시 그 소속 관료로서 조광윤을 섬기고, 후주의 세종世宗이 세상을 떠나자 태조 옹립운동의 주역이 되었다. 송나라 건국 후 추밀사를 거쳐 재상宰相이 되었다. / 태조太祖 : 송나라 태조 조광윤趙匡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