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7월14일

이조년李兆年의 시조 <梨花에 月白하고 ~ >

 일명 ‘다정가多情歌’로도 불리는 이 시조는 고려 시조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노래로, 널리 애송되는 시조 중의 하나이다. 하얀 배꽃과 거기에 부서지는 달빛,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밭 속의 은하수가  길게 서녘으로 기울어 있다. 게다가 집 뒷산에서는 소쩍새가 쉼 없이 소쩍소쩍 울고 있다. 이런 봄날 밤, 쉬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당에 나와 밤 깊도록 서성이는 지은이의 마음이 배꽃과 달빛, 그리고 소쩍새 울음소리 등의 시각적 · 청각적 이미지와 함께 어우러져 절창絶唱을 만들었다.

 이조년李兆年：1269~1343. 고려 충혜왕忠惠王 때의 문신. 본관은 경산京山, 호는 매운당梅雲堂. 충렬왕忠烈王 20년(1294)에 문과에 급제하고, 1306년 왕을 따라 원나라에 들어갔을 때, 원의 조정에서 충렬왕-충선왕忠宣王 부자 사이를 이간질하자 화를 입어 유배를 당했다. 그 후 13년간 고향에서 은거했다. 충숙왕忠肅王이 환국 후 군부판서軍簿判書 등을 역임했다. 충혜왕이 원나라에서 숙위할 때 방탕하게 생활하므로 간곡히 경계의 말을 올리자 왕이 담을 넘어 도망했다고 한다. 충혜왕이 왕위에 올라 정당문학政堂文學, 예문관대제학藝文館大提學을 내리고 성산군星山君에 봉했다. 충혜왕의 방탕을 보고 충정으로 간했으나 듣지 않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 경산京山(지금의 성주星州)으로 돌아가 은거하다가 죽었다.

이광식 《우리 옛시조 여행》중에서

 편집자 주 : 이광식 - 1951년 대구 출생, 성균관대학교 영문과 졸업. 저서에 《한국 근현대사 사전》, 《한국의 성지순례》, 《아빠 별자리 보러 가요》, 《마르코 폴로》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