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6월20일

자린고비의 돈 모으기와 쓰기

  옛날에 충주忠州 지방에 부자이면서 돈을 쓰지 않기로 이름난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자린고비’라고 불렀다. 그는 식구들에게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에는 무엇이든 가지고 들어와야지 그냥 들어오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식구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나갔다가 들어올 때에는 하다못해 검불, 개똥, 쇠똥, 나뭇가지나 잎, 돌멩이라도 들고 들어오곤 하였다. 그는 그것을 종류별로 모아 퇴비나 땔감으로 쓰기도 하고, 돌멩이는 길이나 담을 고치는 데 쓰곤 하였다.
  어느 봄날, 그가 자기 집 장독대 앞을 지나다 보니, 쉬파리 한 마리가 된장을 빨아먹고 있었다. 그가 쉬파리를 쫓으니 날아가는데, 다리에 된장이 묻어 있었다. 그는 쉬파리에 묻은 된장이 아까워 “이놈, 남의 된장을 왜 훔쳐 가느냐? 어서 내 놓아라.” 하고 소리치며 30리를 뒤쫓아 갔다. 쉬파리가 기운이 빠져 더 날아가지 못하니, 그는 쉬파리를 잡아 다리에 묻은 된장을 빨아먹었다.
  어느 날, 그가 마당을 쓸고 있는데, 조기 장수가 와서 조기를 사라고 하였다. 그는 조기를 이놈 저놈 만져 조기의 간과 비늘을 손에 잔뜩 묻혔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 손을 씻은 다음, 그 물을 아내에게 주면서 조기 국을 끓이라고 하였다. 이를 본 조기 장수는 화가 나서 욕을 하면서 비늘이 많이 떨어진 조기 한 마리를 안으로 던졌다. 그는 그 조기를 주워 매달아 놓고, 식구들에게 밥 한 숟갈 먹을 때 한 번씩만 쳐다보라고 하였다. 어린아이가 그것을 먹고 싶어 두 번을 쳐다보니, 그는 “조기가 밥도둑인데, 왜 두 번을 쳐다보느냐?”고 야단을 쳤다.
  대전에 사는 노인 몇 사람이 이 소문을 듣고, 그를 놀려 줄 요량으로 찾아 갔다. 노인들은 그와 인사를 나누고는,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었다. 그가 깜짝 놀라 우는 까닭을 물으니, 한 노인이 말했다.
  “우리가 오다가 상여를 보았는데, 상여 양쪽으로 시신의 손이 나와 있습디다. 깜짝 놀라 그 연유를 물으니, 죽은 사람이 부자였지만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는, 관의 양쪽에 구멍을 내어 자기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도록 하라고 하였답니다. 오다가 만난 상여 생각을 하니,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하는 인생이 하도 무상無常하고 슬퍼서 웁니다.”
  이 말을 들은 자린고비는 깊이 깨달은 바 있어서, 노인들을 며칠 묵게 하면서 후히 대접하고, 갈 때에는 노자路資까지 주었다고 한다. 그 후로 자린고비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에 재물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최운식崔雲植『옛날 옛적에』(민속원) 中에서

  이 이야기의 부자 되는 비결은 근검절약勤儉節約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단순이 부자 되는 비결만 전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어 많이 모은 재물을 어떻게 값지게 쓸 것인가 그 방법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자린고비가 평생 모은 재물을 불쌍한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쓰는 모습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게 됩니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