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6월23일

아들을 묻으려다 돌종을 얻은 손순孫順  

손순석종孫順石鐘

 손순遜順은 모량인牟梁人이다. 그는 아버지가 죽고 집이 가난하여 품팔이를 하여 어머니를 봉양奉養하였는데, 어린 아이가 있어 언제나 어머니가 드시는 음식을 빼앗아 먹었다. 손순은 아내와 함께 아이를 업고 귀산으로 가서 땅을 파 아이를 묻으려고 하였다가 돌종을 얻었다. 그는 아내에게 이르기를 “이런 기이한 물건을 얻음은 아마도 아이의 복인 듯하니 아이를 묻어서는 안 되오.” 하고는 아이를 데리고 돌아와서 돌종을 대들보에 매달아 놓고 두드리니, 소리가 왕궁王宮에까지 들렸다. 흥덕왕興德王은 이 종소리를 듣고 “서쪽 교외에서 종소리가 들려오는데, 소리가 맑고 멀리까지 울려 퍼지니 이상하다.”하고는 즉시 찾게 하여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왕은 말씀하기를 “옛날에 곽거郭巨가 아이를 묻으려 할 때에는 하늘이 금가마솥을 내렸는데, 지금 손순이 자식을 묻으려 할 때 땅에서 돌종이 나왔으니, 전후의 일이 서로 꼭 맞는다.” 하고, 손순에게 집 한 채를 주고, 해마다 곡식 50섬을 내려주었다.

(출전) 성백효成百曉 역주『海東小學』(전통문화연구회)

 이 이야기에서 석종石鐘[돌종]이 갖는 의미는 곽거郭巨의 황금가마솥하고는 좀 다릅니다. 황금가마솥은 그 재료가 황금이기 때문에 환전성換錢性이 높습니다. 그러나 돌종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환전의 의미가 별로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돌종일까요?
 종은 소리를 냅니다. → 그 소리는 명성名聲입니다. → 명성은 소문으로 널리 퍼집니다. → 왕이 그 소문을 듣습니다. → 왕이 손순을 표창합니다. → 석종은 효행에 대한 보상이 되어 손순은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됩니다.
 결국 돌종은 당장의 가난을 면하는 금붙이가 아니라, 이를 매달고 두드려 그 소리가 전하는 지역의 모든 백성들에게 손순의 효행을 전하는 교화敎化의 기능까지 가졌던 것입니다.
 오늘도 손순석종遜順石鐘의 의미를 되새기며 복된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裵源龍 (본회 상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