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5월23일

의로운 소 - 상주의우尙州義牛

『상주지尙州誌』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낙동강변洛東江邊에 권씨權氏가 살았다. 슬하膝下에 아들 상복常福이를 둔 단란한 가정家庭이었다. 암소가 새끼를 낳았다. 송아지는 권씨 부부의 경사慶事는 물론 열 살이 넘은 상복에겐 더욱 기쁜 일이었다. 송아지에게 정신이 팔린 아들에게 부모는 우선 공부를 해서 가문家門을 빛내는 일이 급선무急先務라고 타일렀으나 아들의 마음은 송아지한테 더 있었다. 부모는 외동아들이라 윽박지르지는 않았다. 송아지는 자라서 황소로 변했고, 상복이는 서당書堂 가는 길에 늘 소를 타고 다녔다.
어느 날 상복이는 황소를 타고 서당에서 늦게 귀가歸家하게 되었다. 어둠이 깔린 들판에 난데없이 대호大虎 한 마리가 나타났다. 상복이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그만 소 등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호랑이가 돌진해 왔고 황소 역시 호랑이에게 달려들었다.
얼마를 지났는지 모른다. 정신을 잃었던 상복이가 눈을 떴을 때, 대호는 황소 뿔에 찔려 죽어 있었고 황소 역시 심한 상처를 입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상복이는 눈물을 흘리며 피투성이가 된 황소를 한동안 쓰다듬다가 집으로 달려갔다. 이 사실을 들은 부모와 동민洞民들이 현장에 달려갔다. 사람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보통 소가 아니구만!”하면서 감탄했다. 권씨 부부는 소를 정성껏 묻어 주고 ‘의우총義牛塚’이라는 비석을 세웠다.

 호랑이의 기습奇襲으로 빚어진 불상사不祥事이다. 사람과 소 사이의 다정多情한 관계가 우정友情 이상으로 강하게 다가온다.

(출전) 이신성 『우리 고사성어 설화문학 여행
- 千金을 전하기보다 學德을 전하라』(보고사)

 이신성 교수님은 부산교육대학교 교수님입니다. 부산지역에 서당을 열어서 한문 강독을 통해 전통문화를 가꾸고 계시며,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소재를 찾아 세심洗心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도 많이 내신 분입니다.
집에서 기르는 소가 목숨을 바쳐 주인의 생명을 구한 동물보은담이 코끝을 찡하게 합니다. 오늘도 상주의우尙州義牛의 의미를 되새기며 복된 하루 열어 가시기 바랍니다.

裵源龍 (본회 상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