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1일

소만小滿에 생각해 보는 작은 만족

  소만小滿은 24절기 중 하나로서,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드는 절후節候다. 음력 4월중이고, 양력으로는 5월 21일부터 약 15일 간에 해당한다.
  24절후의 이름을 살펴보면 소서小暑 대서大暑 소설小雪 대설大雪 소한小寒 대한大寒처럼 소대小大, 즉 작고 큰 절후의 이름이 짝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유독 소만小滿만 그 짝이 되는 대만大滿이란 절후가 없다. 그 까닭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소만小滿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작은 만족’이다.
소만小滿이란 절후의 특징은 가을 농사로 얻은 쌀이 떨어지고 봄 농사로 거두어들일 보리는 아직 추수 전이고, 그래서 양식이 떨어져서 어려운 시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예부터 이 시기를 보릿고개니 맥령麥嶺이니 하여 넘기 어려운 고개에 비유하곤 했다.
  쌀 한 톨 얻기 어려운 보릿고개에 겉보리 한 되만 있어도 이것을 맷돌에 갈아서 나물을 넉넉히 넣고 죽을 끓이면 열 가족 대식구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부귀와 공명을 얻어 호의호식하면서 잘 사는 것을 대만大滿이라 한다면, 그저 겉보리 한 됫박만 얻어서 오늘 하루 가족들과 굶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서민의 삶은 소만小滿이라 하겠다.
  이러한 절후의 이름에도 선인들의 지혜가 묻어난다. 굳이 대만大滿의 절후가 없는 이유를 살핀다면 인간의 욕심이 한이 없는데, 어느 정도 채워야 대만大滿이 되는지, 또한 사람마다 대만의 정도가 다 다르니 절후의 이름으로 사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소만의 절후에 우리 선인들로부터 배울 또 하나는 그 놀라운 자연에 대한 관찰력이다. 선인들은 소만의 절후 15일을 5일씩 3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고개를 내밀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마르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하였다.
  연평균 기온이 많이 상승하여 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는 요즘에도 적용이 될지 모르지만, 자연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을 가지고 그것을 농사에 활용한 지혜만은 놀랍다고 하겠다.
  오늘(5월 21일)은 소만小滿입니다.  소만小滿의 절후에 ‘작은 만족’에 감사하며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裵源龍(본회 상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