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인가(4)
- ‘아름답다’의 ‘아름’(3) -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알’과 ‘음’을 합친 것을 이어서 소리 낸 낱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알’은 ‘알’, ‘씨알’, ‘알맹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특정한 범주에 속하는 낱낱의 개체를 말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알을 바탕으로 ‘포도가 알알이 영글었다’, ‘포도가 알차게 열었다’, ‘포도가 알맞게 익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름’에서 ‘음’은 개체가 지니고 있는 속성을 가리키는 명사형 토씨에 해당한다. 이러한 ‘음’은 나름, 따름, 이름, 노름 등에서도 동일하게 쓰이고 있다.

 ‘아름답다’처럼 ‘알’에 바탕을 두면서 뜻도 비슷한 낱말로 ‘아리땁다’가 있다. ‘아리땁다’의 옛말은 ‘아답다’, ‘아릿답다’, ‘알이답다’이다. ‘아답다’, ‘아릿답다’, ‘알이답다’는 ‘알/알이’와 ‘답다’를 합친 낱말로서 ‘알이 알다운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 ‘아리땁다’는 주로 ‘嬌(아리따울 교)’로 새겼는데, 밖으로 드러난 생김새나 꾸밈새가 아름다운 상태를 뜻한다.

최봉영(항공대), 「한국인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인가」中에서

 저는 어려서 밭에서 팥을 수확하는 일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그해는 비가 많아서 덩굴은 웃자라 무성한데 팥의 꼬투리에 들어 있어야 할 팥알이 부실하여 수확량이 형편없었습니다. 콩꼬투리나 팥꼬투리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을까요? 최 교수의 논문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니 꼬투리 속에 든 ‘알’이 ‘알답게’ 충실할 때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아름답다’란 말이 ‘알답다’에서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올해도 우리 농민들께서 알다운(아름다운) 알곡을 풍성히 수확하시 한해가 되시길 축원합니다.

작성 : 배원룡 박사(본회 상임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