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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세우는 봄맞이
2월 4일은 立春(입춘)입니다. 立자는 보통 새길 때 ‘서다, 세우다, 곧, 바로’ 등의 훈으로 새깁니다. 저는 어린 시절 ‘立春’을 처음 보고 혹시 入春(입춘)이라 써야 할 것을 잘못 쓴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생각으로는 立春이 봄이 시작되는 날이니까 ‘봄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전을 확인해 봐도 入春이 아니라 立春으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24 절기(節氣)의 첫째. 대한과 우수(雨水) 사이에 드는 데, 양력(陽曆) 2월 4일이나 5일이 됨. 이때부터 봄이 시작(始作)된다는 뜻임.”
이것이 입춘에 대한 사전적이 풀이입니다. 끝 구절에 ‘이때부터 봄이 시작된다.’는 뜻을 보고 나서도 아직 왜 ‘立[설 립, 세울 립]’를 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立을 ‘서다’는 뜻으로 풀어보았습니다. ‘서는 봄’, 어딘가 어색합니다. ‘春立’으로 어순을 바꾼다면 ‘봄이 서다.’라고 해서 ‘봄이 시작된다.’는 뜻에 좀 가까운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春立’이 아니라 ‘立春’입니다.
다시 ‘세우다’는 뜻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봄을 세우다.’가 되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무릎을 쳤습니다. 옛 선인들의 놀라운 지혜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바뀐다고 다 누구에게나 봄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陽春方來(양춘방래)’의 봄이 찾아와도 마음이 겨울처럼 차가워서 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봄이 온 것이 아닙니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마음에도 봄이 왔는데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마다 그 사람의 마음속에 봄을 세우고, 모든 가정마다 봄을 세우고, 모든 직장마다 봄을 세우고, 온 나라에 봄을 세울 때 진정한 봄이 오는 것이 아닐까요?
“아하, 그래서 우리 선인들이 ‘봄맞이’를 ‘立春’이라 하였구나!” 이것이 제가 立春에 대해서 무릎을 치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에, 여러분의 가정에, 여러분의 직장에, 그리고 우리나라에 봄을 세우는 봄맞이가 되시길 축원합니다.
작성 : 배원룡(전통문화연구회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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