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人을 ‘사람’으로, 人間을 ‘사람들’ 또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상’으로 새겨왔다. 그런데 한자 낱말인 ‘人’과 ‘人間’이 뜻하는 바와 본디 낱말인 ‘사람’이 뜻하는 바에는 차이가 있다.
한자 낱말인 ‘人’은 ‘한 사람이 옆으로 서 있는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다. 중국인들은 人이 개체를 뜻하기 때문에 人이 人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人과 人의 사이를 뜻하는 ‘間’을 끌어들여 人間이라는 낱말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人間은 世間과 같은 뜻으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나 세계를 뜻한다.
한국어에서 사람은 ‘살다’라는 동사에 뿌리를 둔 낱말로서, 살림을 살아가는 주체를 말한다. 목숨을 가진 생명체는 모두 살아가지만, 사람은 특별히 문화를 일구어 살림을 살아가는 주체이다. 그리고 사람이 문화를 일구어 살림을 살아가는 일은 여럿이 함께 더불어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사람이라는 낱말은 한 사람을 뜻하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이나 모든 사람을 뜻한다. 그 결과 ‘사람’이라고 말하더라도 자연히 ‘사람들’의 뜻을 아울러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의 뜻은 살아 있음을 통해서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두루 미치게 된다. 한국인에게 ‘사람’은 사람으로 닫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으로 열려 있는 존재로서 살아가는 주체이다.
-최봉영「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교육목적에 대한 검토」中에서 -
◈ 이 글에 의하면 ‘人間’은 중국인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며, 개인은 ‘세상 속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한국인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별히 문화를 일구어 살림을 살아가는 주체’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나이 - 年歲, 春秋’처럼 우리말과 한자어의 의미가 같을 때는 한자말이 높임말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 - 人間’의 짝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그 까닭은 ‘사람을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사람’과 ‘세상 속의 한 개인’으로서의 ‘人間’이란 의미 차이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문화를 일구어 살림을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 가시길 빕니다.
작성 : 배원룡(전통문화연구회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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