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채색 구름 어린 백제성을 떠나서

申用浩(공주대학교 명예교수. 본회 교무위원)

 이 시는 盛唐시대의 대표적 시인으로 詩仙이라 일컬어지던 李太白이 지은 것이다. 서기 701년에 탄생한 李白은 57세 때인 至德2년(757) 봄에 安祿山의 반란을 평정한 후 그 수습과정에서 발생한 황실의 내분에 휘말려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그러나 부인 宗氏의 탄원과 지인들의 노력으로 사형을 면하고 유배형으로 감형되어 四川省의 백제성에 이르게 된다. 그 후 乾元2년(759) 봄에 한발이 계속되자 이 재액을 풀고자 조정에서는 3월에, “사형수는 유배형으로 감형하고, 유배형 이하는 사면한다.” 는 대사령을 반포하여, 이백이 유형에 처해진 지 15개월 만에 사면을 받게 되었고, 이때에 유배지에서 돌아오면서 지은 것이 바로 이 시이다.
 이백이 출발한 백제성에서 강릉까지는 약 600km, 즉 중국 里數로 1,200리가 된다. 이렇게 먼 거리를 작은 배를 타고 하루 만에 돌아왔다는 것은 당시의 교통상황으로 보면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백제성에서 강릉 쪽으로 흐르는 양자강의 골짜기를 三峽이라 하는데, 물살이 매우 세고, 兩岸의 산들은 천하의 절경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근자에 이곳에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이 건설되어 배를 타고 이백이 지나왔던 이곳을 답사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귀로는 삼협을 울려대는 온갖 새와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듣고(이 시에 표현한 원숭이 울음소리는 원숭이만의 소리가 아니라 온갖 새와 짐승의 울음소리를 포괄하여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함), 눈으로는 형형색색의 각기 다른 모습의 산들이 미처 그 아름다움을 다 느끼기도 전에 뒤로 휙휙 사라지고 새로운 경치가 펼쳐지는 천하의 절경을 감상하며 강릉에 도달한 감회를 읊은 것이다.
 흔히 한 수의 시 속에서 시상의 전개나 변화의 템포가 빠른 시는 기쁜 감정의 표현에 적합하고, 변화가 완만하거나 정지된 장경을 표현한 시는 슬픈 감정의 표현에 적합하다고 한다.이 시 起句에서 그린 채색 구름은 유배형에서 사면되어 불안과 고독에서 벗어나게 된 밝은 마음을 드러낸 것이고, 空谷을 울려대는 각종 새와 짐승의 울음소리도 기쁜 마음으로 단숨에 삼협을 통과하는 이백의 기쁜 마음을 배가시키는 배경 음악으로 볼 수 있고, 빠르게 지나가는 가벼운 배도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지고 희망에 넘치는 이백의 가벼운 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에서 그려낸 시간과 공간을 살펴보면, 起句와 承句에서 백제성과 강릉이라는 두 지점을 천 리라는 線으로 이어놓으면서 소요된 시간은 하루로 설정해 놓고, 轉句에서는 양쪽 언덕의 猿聲을 그려내어 空間을 兩岸이라는 面으로 확장하였으며, 結句에서는 가벼운 배가 萬重山을 지났다 하여 공간이 다시 만중산이라는 立體로 확장되도록 구성해 놓았다.
 즉, 시간은 하루로, 공간은 點에서 線으로, 선에서 面으로, 면에서 立體로 변화하면서 결구에 이르러서는 공간이 폭발적으로 확장되도록 구성하고, 채색 구름으로 視覺을, 원성으로 聽覺을 자극하게 하고 이를 종합한 觸覺까지 느끼게 하여,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공간의 모습과 이를 각종 감각기관을 모두 동원하여 즐기는 이백의 모습이 약여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한 수의 시 속에서의 변화의 템포가 빠른 시에서 슬픔, 고독, 우울함같은 감정은 도저히 느낄 수가 없게 된다. 즉 기대, 희망, 즐거움만을 느끼게 하는 시이다.이백 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밝고 낙천적인 면이다. 이 시에서는 이백 시의 이런 특징이 더욱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본회 회보 전통문화 제15호에 수록되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