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과 배움(1) - 배움

 사람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능력을 배움을 통해서 얻는다. 사람은 감각, 지각, 생각 능력을 바탕으로 갖가지 것들을 스스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는 삶을 살아간다. 사람은 많은 것을 넓고 깊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배우기 위해서 가르침을 받는다.

 우리말에서 ‘배우다’(ㅣ호다)는 배다(ㅣ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배우다’는 배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무엇을 배우는 것은 그것이 몸과 마음에 배어들어가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에서 ‘배다’는 대략 네 가지 뜻을 갖고 있다. 첫째, 여자가 아이를 배는 것과 같은 일. 둘째, 물감이 천에 배는 것과 같은 일. 셋째, 배추와 같은 것의 속이 배는 것과 같은 일, 넷째, 일이나 기술 등이 몸에 배는 것과 같은 일을 말한다. 그런데 배다는 몸통의 일부를 이루는 배와 연관되어 있다. 여자가 아이를 배는 곳이 배이고, 아이를 배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가 불러진다.

 사람은 다양한 방식으로 배운다. 즉, 사람은 보고 배우고, 듣고 배우고, 따라서 배운다. 그런데 사람이 무엇을 배우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체가 스스로 헤아려서 배우는 일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것을 스스로 헤아려서 배운다. 가르치지 않아도, 영아나 유아는 스스로 헤아려 왕성하게 사물을 배워나간다. 다른 하나는 주체가 남이 가르치는 것을 따라서 배우는 일이다. 청소년이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수학이나 과학을 배우는 것은 대부분 따라서 배우는 일이다.

 배우는 과정은 배움의 알맹이가 몸과 마음에 배어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배우게 되면 자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우리는 몸과 마음에 배어 있어서 자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을 버릇이라고 말한다. 버릇은 ‘배우다’와 마찬가지로 ‘배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버릇을 한자어로 습관이라고 말하고, 문화 속에서 집단적으로 형성된 버릇을 관습, 관행 등으로 말한다.

 사람은 보거나 듣기만 해도 많은 것을 스스로 따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나 의향과 무관하게 어떤 것을 배울 수도 있다. 이로 말미암아 사람은 원치 않는 것, 쓸 데 없는 것, 올바르지 않은 것 등을 배울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사람이 좋은 것을 잘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려서 배우는 일이 필요하다. 가려서 배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움을 이끄는 것이 곧 가르치는 일이다.

 한편 우리는 배운 것을 몸과 마음에 더욱 확실하게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을 ‘익히다’라고 말한다. 익히는 일은 반복-심화의 과정을 통해서 완전한 배움에 이르도록 하는 활동이다. 즉, 익힘은 배운 것을 우리의 몸과 마음에 성숙 또는 숙성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배운 것 가운데서 익혀야 할 필요성이 절실할 때에만, 그것을 익히려 하는 까닭에 익히는 것과 물드는 것을 구분할 때가 많다. 우리는 나쁜 것에 대해서는 ‘물들어간다’라고 말하고, ‘익어간다’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익히다’는 ‘익다’에서 뿌리를 두고 있다. 익다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뜻을 갖고 있다. 첫째, 과일이 익는 것과 같은 일. 둘째, 솥에서 감자가 익는 것과 같은 일. 셋째, 일이나 기술이 몸과 마음에 익는 것과 같은 일을 말한다. 우리는 익힘을 통해서 배운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최봉영(항공대) <가르치고 배우는 일> 中에서

  최 교수의 의하면 ‘배움’이란 ‘몸과 마음에 배어들어가도록 하는 것’인데, 우리는 배운 것을 몸과 마음에 더욱 확실하게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익힘’의 단계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익히는 일은 반복-심화의 과정을 통해서 완전한 배움에 이르도록 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에게는 배움이 ‘익힘’의 단계를 거쳐서 ‘완전한 배움’에 이르렀는지 늘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못할 때 그 배움은 설익은 배움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배운 바를 익혀서 ‘완전한 배움’에 이르시길 축원합니다.

배원룡 (본회 상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