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과 배움(1) - 가르침

 

‘교사가 학생에게 곱하기를 가르친다.’고 말할 때, 가르치는 일은 곱셈을 알고 있는 교사가 그것을 모르는 학생이 그것을 알아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해 말, 글, 동작, 자료 등으로 지시하고 설명하는 등의 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가 누구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 즉 그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동시에 그것을 말, 글, 동작, 자료 등으로 지시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알고 있는 어떤 것을 다른 사람에게 지시하는 일을 특별히 ‘가리키다’라고 말한다. ‘가리키다’는 손으로 어떤 것을 표적으로 알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 위한 것(-내가 남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거나, 아니면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한 것(-내가 다른 사람의 가르침을 받기 위한 것-)에 있다. 따라서 가리킴은 언제나 가르침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런 까닭에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는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일이 많다.

  우리말에서 ‘가리키다’와 ‘가르치다’는 모두 ‘가르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낱말이다. ‘가르다’는 주체가 대상을 이것과 저것으로 갈라서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주체는 대상을 이것과 저것으로 갈라서 구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것 또는 저것을 가릴 수 있다. 주체는 이것 또는 저것을 가릴 수 있게 되면서, 이것 또는 저것을 가리킬 수 있고, 나아가 이것 또는 저것에 대해 가리키고, 가르칠 수 있다. 결국 가르침은 사람이 갖고 있는 가르고 가리고, 가리키는 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교사는 가르침을 통해서 학생을 기르고자 한다. 그런데 가르침을 펴는 주체는 교사인 반면에 기름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주체는 학생이기 때문에 교사의 가르침이 곧바로 학생의 기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아무리 많이 가르쳐도 학생이 전혀 배우지 않으면 기름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배움의 과정을 통해서 학생이 기름으로 나아가는 까닭에 가르쳐 기르는 일은 언제나 배움을 끌어들인다.

최봉영(항공대) <가르치고 배우는 일> 中에서

敎育(교육)을 ‘가르쳐 기름’으로 풀이할 때, ‘敎’자에 담긴 의미 ‘가르침’의 우리말 어원을 깊이 있게 음미하면서 敎育의 바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최 교수께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최 교수의 명쾌한 해설로, ‘가르다’에 뿌리를 두고, ‘가리키다’와 ‘가르치다’란 의미로 분화된 과정을 통해 ‘가르침’의 의미를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교육 현장에서 ‘가르침’을 통해 ‘기름’으로 나아가는 敎育의 성과를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 이루어 가시길 축원합니다. 

배원룡 (본회 상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