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一節(삼일절)-학교에 삼일절 기념식을 부활하자

己未年(기미년) 3월1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요.
인생은 우리의 義(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 강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先烈(선열)아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길이 빛내자.

  이것을 삼일절 노래 가사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삼일절마다 학교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여서 삼일절 기념식을 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이렇게 4대 국경일은 책가방 없이 등교하는 날이었습니다. 1년에 4번 책가방 없이 등교하는 날은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릅니다.

  학교 길에 친구들과 온갖 놀이를 하며, 장난을 치며, 이렇게 재미있게 학교에 갔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면 교실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운동장에서 놀다가 집합 종이 울리면 전교생이 학년별 반별로 운동장에 정렬해서 섰습니다.

  제일 먼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다음에는 교장선생님께서 단상에 올라가셔서 기념 식사의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한 김좌진 장군에 대한 이야기며,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의 활약상, 유관순 누나의 이야기 등을 실감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때 우리는 가슴 속에 애국심이 충만해지며 ‘나도 열심히 공부하여 나라에 충성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이런 다짐을 하곤 했었습니다.

  가장 애국심을 고양시키는 일은 ‘萬歲三唱(만세삼창)’이었습니다.
  교감 선생님께서 단상에 올라가셔서 두 팔을 높이 들면서 “대한독립만세!”하고 외치십니다. 그러면 전교생이 일제히 두 팔을 높이 들면서 “대한독립만세!”하고 외칩니다.  그 우렁찬 함성이 학교를 두르고 있던 산에 울려서 메아리를 일으키곤 했었습니다.

  우리는 만세를 부르는 그 순간에 모두 애국자가 되었습니다.  김좌진 장군이 되기도 하고, 안중근 의사가 되기도 하고, 유관순 누나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전신을 휩싸고 도는 감동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었겠습니까?

  예쁜 여선생님의 풍금 소리에 맞추어 삼일절 노래를 부를 때는 마치 독립운동에서 승리하고 勝戰歌(승전가)를 부르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초중고를 거치면서 국경일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라 사랑의 마음이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십 몇 년 동안이나 국경일마다 기념식에 참석하며 노래를 부르고 한 덕분에 지금도 매 국경일만 되면 그 가사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국경일 기념식이 사라진 지 꾀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대학에 출강하여 대학생들에게 ‘삼일절 노래’를 부르게 하면 끝까지 제대로 부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노래 부를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보1호인 崇禮門(숭례문)에 불을 지르고, 회사의 산업기술을 외국에 팔아먹는 사람들은 오직 개인적인 이기심만 있을 뿐, 국가관도 민족의식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가관이나 민족의식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해야 합니다. 사라진 교육제도 중에서도 좋은 것은 되살려야 하겠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국경일 기념식을 부활하여 어려서부터 애국심을 고취 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를 새 정부에 건의합니다.

 회원 여러분, 삼일절 아침 집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태극기 앞에 ‘국기에 대한 맹세’라도 하면서 애국심을 새롭게 추스르는 계기로 삼으시길 빕니다.

작성 : 배원룡 박사(본회 상임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