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는 비결 - 나이 어린 가장

    옛날에, 어느 마을에 3대가 함께 사는 집이 있었다. 그 집에서는 자기 논은 물론 남의 논도 지었지만, 살림이 옹색했다. 어느 해 추석이었다. 그 해는 추석이 일러 논의 벼도 익지 않았고, 과일도 잘 익지 않아 차례상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변변치 못한 제물 몇 가지를 차려 놓고 차례를 지낸 후에 죄스러운 마음에 음복도 제대로 못하고 앉아 있었다. 그 때 열두 살 된 아이가 불쑥 말을 꺼냈다.

  “우리 집에는 어른이 없어서 살림이 이 모양입니다. 할아버지, 아버지는 어른 자격이 없습니다. 제가 하면 제대로 할까 다른 사람은 못합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말대로 날을 잡아 사당에 까닭을 알리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어린 손자가 그 집의 가장임을 밝혔다. 어린 가장은 취임식에서 세 가지 실천 사항을 발표하고, 온 가족이 지킬 것을 다짐하게 하였다.

  첫째, 조석은 제 때에 모여서 먹는다. 만약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은 그 끼니를 굶는다.
  둘째,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에는 빈손으로 대문을 들어오지 않는다.
  셋째, 날마다 잘 때에는 이 집안의 발전을 위하여 얼마나 기여하였는가를 스스로 반성한다.

  가족들은 어린 가장의 실천 사항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막상 실천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얼마 동안은 끼니를 굶는 식구도 있었다. 그러나 이에 익숙하게 되니, 하루 종일 부엌일에 매달려 있던 여자들이 일찍 일을 마치고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밖에 나갔던 식구들은 검불, 쇠똥, 개똥, 돌멩이, 나뭇가지 등 무엇이든 들고 들어와 쌓아놓게 되었다. 그래서 쇠똥이나 개똥은 거름으로 쓰고, 검불이나 나뭇가지는 땔감으로 썼다. 돌멩이는 집을 고치는 데에 쓰고,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은 재활용을 하였다. 그리고 온 집안 식구가 집안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온 집안 분위기가 활기차고, 의욕이 넘치게 되었다.

  이 아이가 가장을 3년씩이나 연속해서 맡는 동안에 온 집안 식구들이 가장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고 부지런해졌으며 살림도 늘었다. 임기를 마친 어린 가장은 아버지께 가장의 역할과 권한을 넘겼다.

최운식 『옛날 옛적에』(민속원) 中에서

    최운식 교수님은 교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계시며 한국민속학회 회장을 역임하신 분으로, 오솔길 담당자의 은사님이십니다. 선생님은 고소설과 설화를 전공하신 국문학자로, 전국 각지의 설화의 현장을 찾아다니시며 수많은 이야기를 채록하시고 이를 정리한 많은 설화집을 펴내 학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분입니다. 이번에도 160편의 이야기를 선정하여 간략하게 정리하고 그 의미를 밝힌 책을 내셨습니다.

    열두 살 꼬마가 가장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가정의 분위기를 바꾸고, 가장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일치단결하게 하여 가난을 몰아내고, 부를 이루어낸 통쾌한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가정이나, 직장에서 교훈 삼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든 할아버지도 세 살배기 손자한테 배운다고 이 가정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어린 꼬마라고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으로 삼아 그 지휘를 받았다는 데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도 열두 살 꼬마의 부자 되는 비결을 활용하시어 소망을 성취하시는 戊子年(무자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작성 : 배원룡(전통문화연구회 상임 연구위원)

◇ 바로잡습니다.
제17화 崇禮門(숭례문)이 불타 무너진 까닭의 東方禮義之國의 義자를 儀자로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