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고 배우는 사람

 우리는 가르치는 사람을 스승, 선생, 師傅(사부), 교사 등으로 부른다. 스승이 가장 오래된 말이고, 선생과 사부와 교사는 모두 한자에서 온 말이다.
 한국인은 스승, 선생, 사부, 교사를 구분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사람들이 스승, 선생, 사부, 교사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경우에 대체로 스승은 삶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사람, 선생과 사부는 경험이나 지식에서 앞선 사람, 교사는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은 스승을 선생이나 교사와 구분하여 ‘선생은 많으나 스승은 적다’, ‘교사는 많지만 스승은 적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작 스승이 어떤 뜻을 갖고 있는지, 그 말의 내력을 따져본 이는 거의 없다.
 우리말에서 스승은 본래 巫敎의 사제를 뜻하였다. 불교, 유교, 도교가 수입되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무당을 스승으로 불렀다. 불교, 유교, 도교가 수입되어 힘을 갖게 되면서, 이들의 사제가 스승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고, 그 결과 무교의 사제인 스승이 옆으로 밀려나면서 漢字語인 巫堂으로 불리게 되었다.
 스승은 본래 ‘귀신에 씌어 신통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러한 스승의 뜻과 연관된 낱말이 ‘스스로’와 ‘씌다’이다. ‘스스로’에서 ‘스스’는 ‘자발성’, ‘자연성’을 뜻하고, ‘스스’의 상태에 놓인 사람은 자발적이고 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사람이 완전히 ‘스스’의 상태에 놓이기 위해서는 초월적 능력을 가진 귀신에게 ‘씌어야’ 한다. 즉, 사람이 귀신에게 씌어서 ‘스스’의 상태에 놓이면 자발적이고 자연적으로 초월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즉 스승으로 역할하게 된다.
 한국인은 불교, 유교, 도교를 받아들이면서 한자어 僧, 僧侶(승려), 僧尼(승니)를 스님이라고 불렀고, 師와 傅를 스승 師, 스승 傅로 새겼다. 한국인이 僧, 僧侶, 僧尼를 스님 또는 시님이라고 부른 것은 스승님과 연관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사람들은 師와 父를 스승으로 새기면서 大師를 큰 스승으로 불렀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까지 大師는 불교의 큰 스승들을 지칭하는 낱말이었다. 조선시대로 넘어와 유학자들이 관료와 학자와 사제의 역할을 겸하면서 大儒를 큰 스승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편 우리는 스승, 선생, 사부, 교사 등의 가르침을 따라서 배우는 사람을 제자, 학생, 생도, 문생, 문도 등으로 부른다. 제자는 배움에서 아우뻘에 있는 사람의 뜻으로, 스승이나 선생을 따르는 사람을 지칭한다.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배움의 길에 있는 모든 사람을 널리 지칭하거나 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생도를 지칭한다. 생도는 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학생의 무리를 지칭하고, 문생과 문도는 특정한 스승을 따르는 제자 또는 그 무리를 지칭한다.

崔鳳永(항공대) <가르치고 배우는 일> 中에서

 스승과 제자,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여기에 얽힌 다양한 용어와 그 유래를 상세히 밝혀 주신 최 교수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오늘도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裵源龍(본회 상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