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오솔길 제47화
황진이 시조 - 내 언제 信이 없어
내 언제 信이 없어 님을 언제 속였관대
月沈 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업네.
秋風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것만큼 사람의 애간장을 태우는 일이 달리 있을까? 언젠가 오리라는 확신만 있다면 그래도 기다릴 만하건만, 그런 확신조차 없을 때 기다림은 숫제 고통이 된다. 지금 이 여인에게는 그런 확신이 거의 없다. 임이 혹시 내게 신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를 비치고 있는 터이다. 밤 깊도록 잠자리에 들지 못한 채 임이 오시기만을 기다리는 여인에게 가을바람에 잎 지는 소리조차 임이 오는 기척으로 들려 가슴을 졸인다. 임을 향한 여인의 애틋한 심사와 안쓰러운 기다림을 이처럼 잘 표현해 낸 시도 드물 것이다. 이 작품은 화담의 시조 ‘마음이 여린 후니’에 화답한 시조라고 한다.
이광식 『우리 옛시조 여행』(가람기획) 중에서
(편집자 주)1 : 月沈 三更(월침삼경) : 달이 진 한밤중
(편집자 주)2 : 서경덕의 시조 - 마음이 어린 後니
마음이 어린 後니
마음이 어린 後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萬重 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난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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