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에 담긴 의미

金慶洙(중앙대학교 명예교수,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공동 대표)

  字는 이름 대신에 부르는 호칭입니다. 이름은 함부로 부를 수 없지만 字의 경우는 그런 제약에서 벗어나 친구 사이에서 쉽게 부를 수 있는 호칭입니다. 字도 부모나 웃어른들이 지어 줍니다. 스스로 字를 짓는 법은 없습니다. 양반집 자손이 자라 20 전후의 성년 의식을 할 때쯤이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했습니다. 남녀가 모두 같았습니다. 이름은 다만 君, 師, 父만이 제약 없이 부를 수 있었고, 자기 자신도 이름을 아무에게나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아뢰는 경우는, 겸손의 뜻으로서 君, 師, 父에게만 자신의 이름을 아뢰어 스스로를 낮추었습니다. 군, 사 부가 아닌 사람이 관직이나 字를 사용하지 않고 이름만 부르면 상당히 무시하는 경우로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字를 지어 이름 대신에 부르게 했던 것입니다. 역시 敬名 思想이지요.
  字를 지음에는 號와 다르게 이름의 글자와 관련을 맺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어른들이 지어 주지만 이름의 글자를 고려하여 자를 짓습니다.. 이름자에 江이라는 글자가 있으면 字에는 깊을 深자를 넣어서 짓고, 이름자에 저울대 衡이 있으면 字에는 평할 平자를 넣어 짓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이치로 亨이 있으면 通자를 넣고 亮이 있으면 明자를 넣고 恭이 있으면 遜자를 넣었습니다. 그러면서 名의 의미를 확충해 주며 名의 결함을 字가 보완해 주도록 하였습니다. 이를테면 洪汝方이라는 사람의 字가 子圓인데 이는 모난 것이라는 뜻의 方을 둥글고 원만하게 하라는 의미의 圓자를 쓴 것이고 安 止의 字가 子行인데, 止처럼 그쳐서만 안 되고 行하기도 해야 한다는 의미가 보완 된 거지요.
  지금은 字가 거의 없어졌지만 이름이나 字 속에는 이런 전통의식이 배어 있습니다. 좋은 字를 하나 갖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나를 움직인 한마디의 말』(글누림)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