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나누는 春分

  3월 20일은 春分입니다. 春分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봄을 나누다.’입니다. 왜 절기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요?

  절기의 이름에 ‘나눌 분(分)’이 들어가는 것은 단 둘입니다. 秋分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秋分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가을을 나누다.’입니다. 왜 봄을 나누고 가을 나눈다고 했을까요?

  먼저 봄의 절기는 立春, 雨水, 驚蟄(경칩), 春分, 淸明, 穀雨(곡우)입니다. 각 절기는 15일간이니, 6개의 절기의 합은 3개월입니다. 立春(입춘)에서 45일째 절기가 春分입니다. 春分에서 다시 45일이 지나면 立夏로 여름이 시작됩니다. 다시 말하면 봄 3개월을 半分한 절기에 해당하는 것이 春分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봄을 반으로 나눈 시기에 드는 절기라서 春分(춘분)이라 이름 지은 것 같습니다.

  봄을 半分할 때, 立春에서 春分까지의 45일은 일기가 고르지 않은 때가 많고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많이 불고해서 제대로 봄을 느끼는 날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五感(오감)을 통해서 봄을 제대로 느끼는 것은 아마도 春分에서부터 입하까지의 45일이 아닌가 합니다.

  春分을 맞아 날씨가 한결 포근해졌습니다. 서울 근교에도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등이 다투어 피고 목련도 먹물 한 방울 묻지 않은 하얀 붓 끝 같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수양버들도 파릇파릇 새 잎을 달고 봄바람에 그네를 즐기고 있습니다. 산과 들에 피는 봄꽃과 새싹을 보면서 다시 한 번 春分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봄을 半分한 의미 외에 다른 뜻은 없을까?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거인의 정원>이 생각납니다. 거인은 아이들이 정원에 들어와 노는 것이 귀찮아서 높다랗게 담을 쌓았습니다. 그런 다음부터 거인의 정원에는 봄이 오지 않았습니다. 밖에는 봄이 왔는데도 말입니다. 거인은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높은 담을 무너뜨리고 아이들을 정원으로 불러 마음껏 놀게 했더니, 다시 거인의 정원에 봄이 찾아 왔습니다. 이 동화를 생각하는 순간 春分의 이름의 비밀이 풀렸습니다.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봄을 나눠 주는 절기가 바로 春分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봄철의 포근한 날씨도 나눠 주고, 아름다운 봄꽃과 새싹도 아낌없이 나눠 주고 있습니다. 거인처럼 봄을 혼자서 독차지하려 하면 안 됩니다. 봄은 이웃 사람들과 나누어야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賞春客(상춘객)들이 春分의 절기에 자연이 나눠 주는 봄을 즐기기 위해 산으로 들로 본격적인 봄나들이를 나가나 봅니다.

  오늘도 자연이 나누어 주는 봄[春分]을 즐기시며 복된 하루되시길 축원합니다.

배원룡 박사(본회 상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