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水에 생각해본 빗물의 의미

  2월 19일[음력 정월 열 사흗날]이 24절기의 하나인 雨水입니다. 雨水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비 우’자, ‘물 수’자 곧 ‘빗물’입니다. 하필 절기의 이름을 왜 이렇게 붙였을까요? 잠시 선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로 했습니다. 겨우내 내리던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리는 절기이니, ‘始雨(시우)’라고 하든가 ‘初雨(초우)’ 등으로 이름을 붙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비의 상대 개념인 눈이 내리는 절기는 ‘小雪(소설 : 작은 눈)’, ‘大雪(대설: 큰 눈)’ 이렇게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왜 비에 대해서는 ‘小雨(소우: 작은 비)’, ‘大雨(대우: 큰 비)’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 대답을 찾던 중, 雨水와 관련된 단어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전에서 ‘春雨水(춘우수)’와 ‘梅雨水(매우수)’, 그리고 ‘우숫물[雨水물]’이란 단어를 찾아냈습니다. 이 세 단어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春雨水 : 정월에 첫 번째 내리는 빗물(봄 빗물)
梅雨水 : 매화꽃이 필 무렵에 내리는 빗물(매화빗물)
우숫물 : 우수 때에 내리는 많은 빗물 (우수빗물)
※(  )안은 필자 命名(명명).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모두 雨자가 수식어이고, 水[물]가 피수식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선인들의 관심은 비[雨]보다 물[水]에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비[雨]도 하늘에서 내리는 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비가 하늘에서 내리는 물이긴 하지만 그것을 ‘물’이라 부르지 않고 ‘비[雨]’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雨]’와 ‘물[水]’은 같으면서 서로 다릅니다.

  비는 때때로 홍수와 사태 등으로 민폐를 끼치지만 물은 생명의 근원으로 만물을 살립니다. 우리 선인들은 홍수와 사태를 일으키는 비[雨]를 만물을 살리는 물[水]로 치환시켜서, 대동강의 얼음을 녹이고, 꽁꽁 언 땅을 적시어 풀어서 봄의 새싹을 틔우는 은혜로운 물로,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한 것입니다.

  雨水라고 해도 해에 따라서는 비대신 눈이 오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관찰한 통계에 의하면 雨水 무렵에는 눈이 비로 바뀌어 내린 ‘빗물’이 봄을 부르고 만물에게 생명을 공급하는 것으로 관찰했으리라 봅니다.

  우리 선인들의 관찰은 정말 치밀하였습니다. 왜냐하면 雨水의 절기 보름 동안을 다시 삼분하여 관찰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雨水 초5일(2월 19일 ~23일) :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음
  雨水 중5일(2월 24일 ~28일) :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감
  雨水 후5일(2월 29일 ~3월 4일) : 초목이 싹이 틈

  위의 날짜에 유념하여 수달과 기러기, 그리고 초목을 관찰하며 선인들의 관찰력을 확인해 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자녀들에게 이것을 일깨워 자연에 대한 관찰력과 이해심을 기르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우수의 절기에 ‘비’가 아닌 ‘빗물’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며 오는 봄을 맞으시길 빕니다.

글 : 배원룡 박사(본회 상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