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물에 말은 밥에 김치 한 조각. 혼자서 밥을 먹을 때를 생각해보자. 밥 먹는 것보다는 눈앞의 TV에 빠져 있거나 대충 빨리 때우기 바쁘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그럴까? 우리의 DNA 안에 ‘밥’이란 영양 섭취의 수단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고 타인을 느끼며 모두의 온기를 함께 섭취하는 감정적 에너지 섭취의 도구라는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의 밥 먹는 신을 떠올려보자. 커다란 스테이크, 와인 그리고 한 남자의 모습. 모자란 것이 없어보이지만 역시 빠져있는 것이 있다. 바로 ‘대화’다. 내가 혹시 아이에게 식탁에서 정말로 섭취해야 하는 감정이란 영양분을 뺀채 ‘대화’ 빠진 외로운 밥상을 만들어주고 있는 건 아닐까.

<맘&앙팡>이 엄마들에게 물었습니다
얼마나 자주 온 가족이 함께 밥을 먹나요?
이 설문은 여성 포털사이트 이지데이(ezday.co.kr)에서
2009년 8월 31~9월 13일사이에 2천3백99명이 참여한 내용입니다.


독서보다 10배 많은 어휘를 밥상에서 습득한다
우리의 뇌는 음식을 씹을 때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주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놀랍게도 음식을 먹을 때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볼 때도 분비된다. 즉 가족과 함께 식사하면 정서적 안정과 행복을 느낀다는 얘기.
이렇게 마음의 안정을 얻고 집중력이 높아진 상태에서 오가는 밥상머리의 대화는 훌륭한 조기교육이 된다. 대화는 특히 아이의 언어능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독서보다 가족간 대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1980년대부터 저소득층 83가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다른 어떤 조건보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아이의 어휘 습득력이 월등하게 나타났다. 아이가 습득하는 2천여 개의 단어 중 독서로 얻을 수 있는 단어가 1백40여 개인 반면, 가족과의 식사에서 얻는 단어는 무려 1천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밥상머리에서의 대화는 다양하고 예측 불가하다. 즉 밥상머리에서는 비교, 토론, 설명, 놀리기, 장난 등 모든 종류의 언어적 대화가 이뤄진다.

같이 밥먹는 아이가 공부를 잘할 확률 2배
유아기의 어휘력은 학습능력과 직결된다. 어휘력이 뛰어난 아이는 같은 책을 읽어도 이해와 흡수가 빨라 독서 자체를 즐기고, 많은 책을 읽으면서 어휘는 물론 수많은 지식을 습득한다. 이를 ‘매튜효과’라고 하는데, 학습 분야에서의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가족 식사 빈도와 학업성적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밥상머리 교육이 학습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컬럼비아대학 카사CASA 연구진이 청소년 1천2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주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A학점을 받을 확률이 두 배나 높았던 것. 일주일에 5~7회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아이 중 B학점 이하를 받은 아이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카사는 가족과의 식사 횟수가 흡연 경험률, 음주나 약물 경험률과 반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즉 아이가 가족간의 잦은 대화를 통해 고민을 털어놓고 사랑으로 위로받기 때문에 비뚤어질 확률이 적은 것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매일 새벽 5시의 아침 식사로 근면과 경영을 가르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우리나라에 셋뿐인 국가과학자 중 한 사람인 카이스트 유룡 교수는 20년 넘게 매일 오후 7시면 집으로 향해 가족과 함께 식사한 후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밤늦도록 연구에 매달리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아들은 20대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딸 역시 카이스트의 손꼽히는 수재다.
요즘은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가 아니라 ‘세 살 버릇 평생 간다’고 말한다. 이 시기의 모든 환경적 자극이 몸에 배면 평생 지속되기 때문에 유아교육자들은 이때를 ‘결정적 시기’라고 한다. 이 결정적 시기를 놓치지 말자.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비결은 학원, 사교육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뜨는 밥 한 숟가락, 가족이 서로 눈을 맞추고 식사하는 밥상머리에 있다.

일주일에 다섯 번 함께 밥 먹기
<맘&앙팡>이 여성 포털사이트 이지데이(ezday.co.kr)를 통해 설문 조사한 결과,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는 일주일에 1~2회뿐이라는 응답이 3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매일 함께 식사하는 가족은 23%뿐, 일주일에 거의 한 번도 같이 못 먹는다는 응답도 17%나 됐다.

주말만이라도 온 가족이 함께 먹자
새벽같이 출근해서 아이가 잠든 후에야 돌아오는 아빠, 부랴부랴 아침 차려주고 나갔다가 퇴근해서는 밀린 집안일하고 아이 재우기도 바쁜 엄마, 유치원 끝나고 여기저기 학원으로 내몰리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하루 일과가 끝나는 아이. 요즘 같은 시대에 가족이 매일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주말이나 휴일에 모처럼 가족 모두 집에 있어도 서로의 생활 리듬이 달라 밥은 각자 따로 먹기 일쑤. 심지어 전업주부인 엄마도 돌아다니는 아이 쫓아다니며 밥 먹이고 자신은 혼자 따로 차려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밥상머리 교육은 온 가족이 시간을 맞춰 함께 밥상에 앉는 것부터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최소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함께 식사해야 6개월 후 본격적인 교육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집은 주말과 휴일만이라도 함께해보자.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세 끼니를 함께하면 적어도 네 번은 밥상 앞에서 가족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평일에는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아이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가족의 생활 패턴에 맞추면 된다. 전업주부 엄마는 아이만 따로 차려주지 말고 가능한 한 모든 끼니를 함께 먹고, 형제나 자매도 한 상에 앉힌다. 맞벌이 엄마 아빠 모두 퇴근이 늦어 이마저도 어렵다면, 아이 봐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함께 식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가족 식사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는 ‘가족 식사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면 좋다. 일주일의 식사 시간을 스케줄표로 만들어놓고 식사 메뉴와 함께 먹은 사람, 빠진 사람을 체크하는 것이다. 별것 아니지만 가족이 함께 식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아이에게 식사는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엄마가 늘 시간에 쫓기는 워킹맘이라면 식사 준비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 일주일치 식단을 미리 짜서 한꺼번에 장을 본 후 재료를 미리 손질해두는 것이다.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전날 밤에 미리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바쁜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아침을 주먹밥이나 빵, 시리얼 등으로 대신해도 좋다. 이 밖에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기, 매일 엄마에게 귀가하는 시간 알리기 등의 규칙을 정해놓고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설거지나 청소 등의 가벼운 벌을 주는 방법도 있다.

온 가족 밥상 앞에 모이게 하는 독자들의 아이디어 “아빠 퇴근에 맞춰 식사시간 조절해요” 아빠가 새벽 5시에 나가 퇴근도 늦는 편인데, 어느 날 아들 녀석이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닌가. “엄마, 아빠가 싫어? 왜 밥 같이 안 먹어?” 짧은 한마디에 가슴이 뜨끔했다. 이후로는 1년 동안 거의 매일 저녁을 가족이 함께 먹는다. 아빠가 오후 8~9시에 퇴근하는데, 아이들 배고플까봐 아침은 오전 10~11시, 점심은 오후 2~3시에 먹인다. - 한별(만 4세), 큰별(만 2세) 엄마 김정옥 씨 “가까운 친정집에 자주 가요” 아이 아빠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 평일에는 근처에 있는 친정집에 자주 가서 저녁을 먹는다. 친정이 종갓집이라 친척들이 자주 모이는 편인데, 그때마다 가서 식사하면 식사 예절을 더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 친척이 모이지 않는 날에도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식사하려고 노력한다. 시댁이나 친정과 가까이 사는 집에 많은데, 아빠의 퇴근이 늦다면 이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 은섭(생후 21개월) 엄마 김수이 씨 “아빠가 생활 패턴을 바꿨어요” 아이 아빠가 직업상 밤에 출근했다 아침에 들어오는 날이 많다. 아침에 퇴근하면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후 늦게 일어나 거의 함께 식사한 적이 없었는데, 아이들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얼마 전부터 습관을 바꿨다. 아침에 퇴근하면 함께 식사한 후 잠자리에 들고, 다시 자는 한이 있어도 점심시간에도 일어나서 함께 식사한다. 덕분에 아빠와 아이들이 전보다 한결 친해졌다. - 성우(만 10세), 지원(만 9세), 은찬(만 2세) 엄마 이선희 씨

TV는 1시간 전에 끄기
가족이 밥상 앞에 모였다고 밥상머리 교육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효과적인 교육으로 연결하려면 식사시간에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아이에게 “이제부터 밥 먹을 때는 이렇게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한 후 종이에 써서 주방에 붙여두자. 아이 교육은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 법. 밥상머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번 정한 규칙은 어떤 일이 있어도, 외식할 때도 지키자. 엄마 아빠가 이랬다저랬다 하면 효과는 그만큼 떨어진다.

TV는 엄마 아빠도 금물!
TV는 밥상머리 교육의 가장 큰 적이다. 아이의 나쁜 식습관을 부르는 원인이 될 뿐 아니라 TV에 정신이 팔리다 보면 과식하기 쉽고, 이는 곧 비만으로 이어진다.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어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의미도 없어진다. 식사하기 직전까지 TV를 보던 아이를 밥상 앞으로 부르면 더 보겠다고 떼쓰면서 밥상머리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니 최소 30분~1시간 전에는 TV를 끈다.

밥상 앞에 자기 자리를 정한다
식사는 매번 같은 곳에서 하는 것이 기본. 돌아다니면서 먹으려는 아이의 버릇을 잡으려면 가족들이 식탁이나 밥상에 앉는 위치까지 정해두는 것이 좋다. 우리 전통 밥상 예절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아이 순으로 상석부터 앉는 것이지만 아이가 어려서 식사할 때 도움이 필요하다면 윗사람부터 차례대로 앉는 대신 엄마나 아빠가 쉽게 도와줄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해도 된다.

아이는 집중 시간이 짧기 때문에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그렇다고 돌아다니는 아이를 쫓아다니면서 먹이는 건 절대 금물. 우선 밥상 주변의 장난감을 모두 치워 아이의 관심이 다른 데 가지 못하게 하고 정해진 자리에 앉지 않으면 아예 밥을 주지 않는다. 아이용 식탁의자를 따로 마련하거나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방석을 준비하면 아이를 밥상 앞으로 부르는 데 도움이 된다. 이유식 먹는 아이도 마찬가지. 수유와 이유식 리듬이 엄마 아빠 식사시간과 맞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서 먹이기보다는 한 장소를 정해 그 자리에서만 먹인다.

만 2세 이후에는 혼자 먹게 한다
엄마가 일일이 떠 먹여주는 것은 쫓아다니면서 먹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쁜 식습관을 불러오는 지름길이다. 생후 18개월이면 눈과 손의 협응력이 있어 포크로 음식을 찍을 수 있으니 이때부터는 혼자 먹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좋다. 18개월 이전이라도 식사할 때 숟가락을 쥐여주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게 하면 나중에 도구 사용을 거부할 확률이 준다.
두 돌 이전 아이는 손으로 음식물을 만지며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때 손을 때리거나 다그치면 엄마 아빠와 식사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아이가 도구 사용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손으로 음식을 만지거나 밥상에 음식을 흘리더라도 나무라지 말고, 혼자 음식을 집어 먹었을 때 크게 칭찬해 혼자 먹는 재미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단, 두 돌 이후에도 음식을 손으로 집으면 단호하게 말하고 음식을 가지고 놀지 못하도록 한다.
게임으로 도구 사용 훈련하기 아이가 도구 사용에 서툴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도구를 준비해 흥미를 갖게 하거나 숟가락으로 콩 옮기기, 카스텔라 포크로 찍어 옮기기 등의 놀이로 훈련해보자.
또 도구 사용을 연습하는 기간에는 간식을 줄 때 아이가 집기 쉬운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으깬 감자나 약간 녹은 아이스크림, 네모나게 자른 빵이 대표적. 반찬도 달걀말이처럼 집기 쉬운 것으로 너무 크지 않게 썰어놓는다. 숟가락도 깊고 손잡이가 두꺼운 것을 고르면 아이가 잡기 편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먹는다
식사 장소를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사시간도 매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기로 정한 때에는 식사시간 이전에 과제나 놀이를 다 끝내도록 한다. 식사 속도는 다른 가족에게 맞추는 것이 좋지만 아이가 먹여주지 않는다고 떼쓰느라, 장난하느라 오래 먹는다면 식사를 마치는 시간도 정해두는 것이 좋다. “밥상에서는 장난하는 거 아니야. 큰바늘이 12에 오면 다 먹은 것으로 알고 밥을 치울 거야”라고 말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다 먹지 못했어도 과감히 치워버린다. 아이가 배고플까 안쓰럽지만 한두 번 이렇게 하면 버릇이 고쳐지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아이가 혼자 열심히 먹는데도 워낙 속도가 느리고 도구 사용이 익숙지 않아서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라면, 엄마 아빠도 조금 천천히 먹고 격려하면서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차려놓은 반찬은 하나라도 먹게 한다
편식하지 않는 건 아이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전통 식사 예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단순히 골고루 먹으라고 말하기보다는 ‘차려놓은 반찬은 한 번씩이라도 다 먹기’처럼 일정한 규칙을 정해보자. 단, 편식 습관은 잔소리한다고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므로 엄마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싫어하는 반찬이 있으면 우선 엄마 아빠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동물, 하트 등으로 예쁘게 모양을 만든 후 예쁜 식기에 담아 아이의 관심을 유도한다. 싫어하는 야채는 눈에 보이지 않게 잘게 다져 넣거나 좋아하는 식재료와 함께 섞어 조리한다.

식사 전후에 서로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
식사시간 전후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의식을 몇 가지 정해두면 아이가 식사시간의 규칙을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우선 손 씻기부터 시작하자. 엄마 아빠가 먼저 비누로 깨끗이 씻는 모습을 보여주고, 시키지 않아도 밥상에 앉기 전에는 손을 씻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손을 씻지 않으면 앉지 못하게 하는 것도 좋다.
온 가족이 앉은 후에는 숟가락을 들기 전에 “잘 먹겠습니다” 같은 인사말을 나눈다. 식사를 준비해준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뿐 아이라 엄마 아빠도 서로에게 “이거 맛있겠는데? 잘 먹을게요” 등 감사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마찬가지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같은 인사를 나눈다.

밥상머리 어지럽히는 나쁜 식습관을 바로잡자 입안에 오래 물고 있는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상책. 아이가 삼킬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가 밥을 싫어하지 않는데도 이런 버릇이 자꾸 반복된다면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너무 많이 준 것은 아닌지, 식단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단지 입안에 오래 물고 있는 것은 야단칠 문제가 아니지만, 먹기 싫다며 뱉어버리는 것은 주의를 줘야 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먹는다 애초부터 허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장난감을 이용해 아이가 밥을 먹도록 ‘꼬드기는’ 경우가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는 오히려 장난감에 주의를 기울이느라 밥을 더 먹지 않고, 한두 번 허용하다 보면 아이가 밥을 먹는 조건으로 악용할 수 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식탁은 밥을 먹는 곳이야.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먹을 수는 없어” 하고 단호하게 주의를 준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저항이 심하면 두 돌까지는 차라리 아이가 만족할 때까지 놀게 한 후에 밥을 먹이는 게 낫다. 말하느라 밥을 안 먹는다 만 3~4세까지는 말하느라 식사시간이 길어져도 허용해준다. 이 시기 아이는 한참 말하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발전시키기 때문에 밥 먹을 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만 4세가 지났는데도 계속되면 식사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이니 밥을 다 먹고 난 후 얘기하라고 지적해야 한다. 아이와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식사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1시간 이내가 좋다.

평생 엄친아・엄친딸로 만들어줄 밥상머리 매너 교육
우리 조상들은 밥상머리에서 예절과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자연스럽게 가르쳤다.
수많은 전통 식사 예절 중에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글로벌 사회에서도 통하고 교육 효과까지 있는 것도 있다. 아이에게 가르치면 좋은 전통 식사 예절을 알아보자.

어른이 먼저 숟가락 들 때까지 기다린다
윗사람이 자리에 앉은 후에 앉고, 숟가락도 먼저 들지 않는 것은 단순히 예절을 넘어 과학적으로도 교육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4세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하나씩 나눠주고 15분간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약속한 후 아이들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는 유명하다. 눈앞의 유혹을 참고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은 아이는 나중에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과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로 성장한 반면, 기다리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는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로 자란 것.
어른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자리에 앉아서는 어른이 숟가락을 들 때까지 기다리는 전통 식사 예절은 아이의 인내와 자제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내가 어떠한 미래를 가져오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얘기. 밥을 다 먹었더라도 어른이 다 먹기 전에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다릴 때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려놓지 말고 밥그릇이나 국그릇에 걸쳐놓았다가 어른이 식사가 끝나면 내려놓으라고 알려준다. 평소 엄마 아빠와 친구처럼 지냈더라도 밥상머리에서만큼은 예의를 지키게 하는 것이 좋다.

올바른 젓가락질을 연습시킨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잘 먹는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젓가락질은 식사 예절이자 소근육과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므로 연습시키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창의력이 발달한다고 왼손을 사용하는 것을 권하기도 하지만, 왼손으로 젓가락질하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밥상에 둘러앉았을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미 왼손이 익숙한 아이를 억지로 바꾸게 할 필요는 없지만, 처음 젓가락질을 배우는 아이에게는 이왕이면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연습시킨다. 흔히 밥까지 젓가락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 또 한 손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들면 안 되므로 젓가락을 들 때는 숟가락을 밥그릇이나 국그릇에 걸쳐놓는다.

국물 먼저 떠 먹는 습관을 들인다
숟가락을 들어 맨 처음 국이나 김칫국 등 국물을 먹는 것이 우리전통 식사 예절. 양식에서도 수프를 먼저 먹는 것이 매너이며, 이렇게 하면 소화도 더 잘되므로 어려서부터 습관을 들이면 좋다. 또 국은 밥의 오른쪽에 놓고 먹게 하는 것이 예절에도 어긋나지 않고 흘릴 염려도 없다.

글로벌 사회에서도 통하는 전통 예절
• 음식을 씹을 때나 젓가락을 내려놓을 때 소리를 내지 않는다.
• 상대방이 입에 음식을 물고 있을 때는 말을 걸지 않는다.
• 허리를 펴고 앉아 고개를 너무 숙이지 않는다.
• 물을 마실 때 양치질하듯 입을 오물거리지 않는다.
• 먼 곳의 음식은 손을 뻗어 집는 대신 가까운 사람에게
부탁해 건네받는다.
• 젓가락으로 음식물을 뒤적거리지 않는다.
• 재채기나 기침을 참기 어려울 때는 고개를 돌리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한다.
• 정치나 종교 얘기, 식사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 맞는 밥상 문화와 규칙 찾으세요”  - 이은영(한국예절교육협회 편집국장) 밥상머리 예절도 중요하지만, 꼭 우리 전통 방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전통 예절 중에는 교육 효과가 높고 국제 매너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른과 겸상하지 않고 식사 중에는 절대 말을 해선 안 되는 등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도 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와 같은 밥상에 앉아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오히려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나라마다 식사 문화가 다르듯 가정마다 밥상머리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 현실에 맞춰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고 우리 가족만의 밥상 문화를 만들어가면 된다. 평소 대화할 기회가 많은 집은 식사할 때 대화를 자제하고 식사 후에 대화해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식사시간을 대화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다른 집에 가서 식사할 때 크게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만 가르치면 된다.